주얼리 산업의 문제점 (귀금속 도금과 환경오염)

2023. 2. 20. 15:30해외사업

나는 비교적 늦게 주얼리, 보석등에 눈을 뜬 편이다.

대학교 때는 귀걸이 한 두 개 하고 거의 전무 그나마 직장 다니며 돈 벌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샀던 거 같은데

그나마 그것도 귀걸이, 도금한 것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주얼리 몇 번 사보고 바로 알아차린 것은 디올목걸이가 됐건 이대 앞에 가판대 귀걸이가 됐건 도금된 주얼리는 1-2년도 안돼서 변색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한두번밖에 착용안한 알렉산더맥퀸 팔찌는 일년도 안되서 스스로 서랍 안에서 고대로 부식되었다! 특히 여러 개의 목걸이, 반지, 팔찌를 겹쳐 착용하는 (stacking) 경우 도금제품들은 서로 부비부비하여 더욱 빨리 도금이 벗겨지고 버리게 된다.  

그 뒤로 이게 얼마나 돈지랄인지 알고부터는 절대 도금을 사지 않았다. 

 

그리고 한 15년이 지난 현재 여차저차 쥬얼리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한지 벌써 5년 정도 흐르고 

이 도금주얼리 산업이 개인의 돈낭비를 떠나서 얼마나 지구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주얼리를 살 때 의외로 기본적인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Gold plated (도금)

가장 금이 적게 들어간 제품. 주로 놋쇠 (brass), 구리(copper)나 은(silver)을 금에 담갔다 빼어내는 방식으로 보통 구입한 주얼리 총중량의 0.05%도 안되게 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패션주얼리, 코스튬주얼리 브랜드들이 대부분 이런 제품을 내놓고 있고 그만큼 가격이 저렴해서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사는데, 심지어 이런 재료나 과정에는 관심없고 주로 디자인위주로 구매한다면 소위말하는 고소득층고객들이 사기도 한다. 최근에 전에 일하던 투자은행 alumni모임에서 managing director인 전 동료가 APM Monaco에서 팔찌를 샀는데 금방 녹이 슬어서 실망했다고 말해 나에게 충격을 준 적이 있다. What at do you expect? you basically bought a gold plated junk! 

 

High end 패션브랜드에서 비싸게 팔고 있는 주얼리들도 대부분 도금인데 브랜드 후광을 힘입어 가격까지 나쁘다.

  • 이런 제품들은 금방 도금이 벗겨지고 피부를 변색시키거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 개인적으로 돈낭비
  • 도금할 때 흔하게 쓰는 화학약품 (cyanide)은 매우 독성이 강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 제조과정에서 환경오염
  • 도금 주얼리는 오래 못쓰기 때문에 결 1-2년 만에 쓰레기신세가 되어 땅속에 묻히고 썩지도 않는다 - 질 나쁜 쓰레기 지구에 축적

 

2) Gold filled (도금의 일종인데 조금 두껍게 한 거)

도금의 일종인데 위와는 다른 방법으로 금을 더 많이 쓴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위에 말한 기본금속을 금에 담그는 대신 녹인 금을 기본금속에 열을 이용해서 부착하는 방식으로 도금한다. 보통 제품소재 총중량에 5%가 금이고 따라서 그냥 도금보다는 오래가기는 하나 언젠가는 결국 벗겨지고 녹슬게 되어 있다. 특히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더 빠르게.

 

3) Gold vermeil (역시 도금의 일종인데 조금 두껍게 은위에 코팅한 거)

도금의 일종인데 기본금속을 위에 말한 싸구려금속이 아닌 순은(92.5% sterling silver)에 전기를 이용하여 금을 부착하는 것. 일반도금보다 적어도 3배 이상 두껍게 도금한다 (적어도 2.5마이크론. 참고로 1 마이크론은 1밀리미터의 천분의 1). 최근 10여 년 동안 많은 브랜드들이 이 타입의 제품들을 내놓아 solid gold제품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4) Solid gold (한국말로 뭔지 모르겠다 -_-)

카랏(Karat)으로 금순도를 표현한다. 완전 순금을 24karat 이라고 보면 18k는 18/24 즉 순금이 75% 나머지는 은, 구리, 니켈, 팔라듐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14k는 14/24 즉 58%가 순금인 제품이다.  

  • 24k: 사실 순금으로 만든 주얼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한국, 중국, 인도등 금은방에서 순금주얼리를 팔지만 여기서는 global branded jewelry를 기준). 일단 순금은 너무 무르기 때문에 주얼리로 착용하기 어렵다.
  • 22k: 개인적으로 선물 받은 22k 뱅글팔찌가 있는데 이것 역시 너무 물러서 모양이 항상 짜그러져있는 형태라 이쁘지 않다. 물론 매일 착용하고 샤워하고 수영해도 몇 년째 퀄리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 18k와 14k: 주얼리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다. 둘 다 데일리로 착용가능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비용이 크게 차이 안나면 18k를 선호하지만 서양 특히 미국에서는 14k가 압도적으로 더 인기가 있다. 14k가 조금 더 싸면서 내구력이 강하다고. 내 경험에도 18k가 금함유량이 많은만큼 미세하게 더 노란빛을 띄지만 그만큼 더 미세흠집이 잘나는 것 같다. 우리가 잘아는 불가리, 까르티에, 그라프 등등 fine jewelry들은 다 18k이다. 둘다 데일리로 착용해도 평생 쓸 수 있고 다음세대에 물려줘도 된다.       
  • 10k와 9k: 뉴욕 인기브랜드 중에 10k(금 42% 함유) 심지어 9k(금 38% 함유) 주얼리들을 파는 곳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얘들은 금보다 다른 메탈이 더 많이 들어가서 금 특유의 빛과 색이 나오지 않아 개인적으로 이들을 과연 골드주얼리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다른 금속성분이 많이 들어가서 예민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금속알러지를 경험할수도 있다. 물론 가격은 더 싸진다. 

 

우리 포트폴리오브랜드중의 하나였던 독일 fine jewelry 플래그쉽 스토어에 방문해 착용한 18k반지

 


 

결론적으로 도금제품을 쓰는 것보다 제대로 된 금제품 (18k와 14k는 실증나면 금은방에 되팔수 있어서 재활용도 가능)을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지구환경으로나 좋은 선택이다. 

 

지난 몇 년 동안 fast fashion업계에 많은 각성과 인식변화가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반면 주얼리업계에서는 아직도 몇 번 착용하고 버리게 되는 도금 관련 제품들에 관한 우려가 거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