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2. 11:32ㆍ투자은행 (Investment Bank)
몇 년 전부터 업계에서 농담처럼 "이러다 UBS가 Credit Suisse 인수하는 거 아니야" 말하던 것이 현실이 됐다. ㅎㅎ
우리 아들과 친구 애기 100일 잔치에 가서 한가롭게 놀던 주말, 금융계는 또 한 번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뉴스로 매우 드라마틱했다.
UBS가 $1bn에 산다는 속보나왔다가 블랙록 (Blackrock)이 인수할 거 같다고 헤드라인 떴다가 몇 번 더 UBS가 얼마에 산다더라 실시간으로 뜨더니 결국 $3.25bn에 인수가 확정됐다.
주말에 이 두개의 은행에 다니는 친구들이 합병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있을 인력감축으로 불안해했다. Credit Suisse에 아직도(!) 남아있는 친구들은 몇 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회사에 계속된 온 감원이 이미 익숙하지만 UBS친구들은 좀 날벼락인 느낌이었다.
내 개인적으로 감히 한 은행을 평가할수는 없지만 순전히 내가 10여 년 몸담고 있던 부서에서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는 사실 오래전 예상된 결과였다.
이 뉴스를 본 순간 바로 떠오르는 한 기억이 있었는데
2010년초반 헤지펀드들에게 캐쉬와 주식을 빌려주는 부서의 세일즈였던 나는 늘 짜증 나는 일이 있었으니 이 업계에서 늘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우리가 종종 비지니스를 잃는 경우가 바로 크레디트스위스 때문이었다.
헤지펀드들은 당연히 우리같은 은행에 담보를 최소한 주고 최대로 싸게 많이 빌리고 싶어 한다 (그렇게 빌린 캐쉬와 주식으로 그들은 레버리지와 공매도를 한다). 보통 이 비즈니스를 pitch 하기 위해 세일즈인 나는 우리 팀 리스크매니저들을 데리고 헤지펀드 고객과 미팅을 다니며 최대 한도를 얼마에 빌려줄 수 있는지 의논한다.
당연히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 아주 신흥국가보다는 선진국에 상장된 주식, 다양한 섹터/국가에 잘 분산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헤지펀드일수록 우리는 그들에게 쉽게 캐쉬와 주식을 빌려줄 수 있었다. (왜냐면 우리가 그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또 펀딩마켓에서 쉽고 싸게 주식과 돈을 빌려올 수 있기에).
문제는 아시아에서 매우 큰 multi-strategy고객들은 그들의 포트폴리오 안에 illiquid한 주식, 특히 채권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었는데 우리처럼 리스크관리가 보수적이고 철저한 은행에서는 당연히 미안하지만 거절해야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그러면 꼭 그들이 한결같이 하던 말이 "크레디트스위스는 happily 빌려준다는데 너네는 뭐야! 너네랑 이제 비즈니스 안 하겠다!"였다.
어느 날도 홍콩센트럴 모 헤지펀드 사무실에서 똑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고 있을 때 나와 같이 미팅에 간 우리 팀 리스크헤드가 그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한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Yes, Credit Suisse can lend you like that in this environment but when the market turns one day, they will be go bankrupt."
그리고 10여년인 지난 후 그들의 리스크관리에 많은 허점이 실제로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특히 빌황의 Archegos가 blow up 했을 때 크레디트스위스 손실 22조 원) 너무나 그때 내 동료의 이 말에 머릿속에 맴돈다.
세일즈로서 크레딧스위스에게 이런 이유로 고객을 잃는 게 너무 짜증 나서 상사에게도 말해봤지만 그들 역시 우리 회사 전체의 리스크관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고 그래서 우리 회사 (난 지금은 퇴사해서 그냥 주주로 남아있지만)는 아직도 건실하게 잘 있다 ㅎㅎ
당장의 매출/실적을 위해서 리스크관리를 무시하고 비지니스를 하는 은행들은 진짜 one way or another 그에 상응하는 결말을 맞는 것이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 말고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은행들이 몇몇 있었는데 주로 유럽계 은행, 아니면 일본은행 (막 우리 부서의 사업을 확장하려고 공격적으로 아무에게나 렌딩 해주는 듯한)이었다.
암튼 대놓고 I told you so의 모먼트이지만 이번일로 영향을 받을 크레디트스위스의 개개인 직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말 기준으로 총 5만명 이상의 직원이 있었고 그중 올해만 벌써 4천명이 해고됐다. 이번 UBS와의 합병으로 두 은행 통합해서 총 몇명이 감원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대규모일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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