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1 채권 - 채권이 주식보다 우선순위라는 공식을 깨다
스위스정부 주도하에 크레디트스위스가 강제(?)로 UBS에게 인수당한후 그 후폭풍이 앞으로 몇달간 펼쳐지겠지만
당장 일어난 폭풍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 AT1 채권 투자자들의 스위스 금융규제당국 (Finma)를 대상으로한 소송이 전세계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AT1 (Additional Tier 1) 채권이란
Contingent convertibles (CoCos)라고도 불리고 국내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이라고 불리우는데 은행이 distressed 즉 위기에 처했을때 대비해 발행하는 채권인데 은행의 자본비율이 특정기준치보다 떨어지면 자동으로 wiped out 상각되거나 (한마디로 채권가치 제로) 보통주로 전환해 은행의 자본비율을 즉각 늘리도록 설계되었다. 금융사입장에서는 이 채권이 보통 영구채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자본으로 인정받고, 또 증자를 하지 않고 자본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 채권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고안된 것인데 금융위기상황에서 은행의 balance sheet (대차대조표)를 강화시키기고 서로 밀접하게 거래하는 은행들이 줄도산하는 것, 정부가 구제해줘야하는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은행 위기시 AT1 채권이 상각되면 자동으로 더 우선순위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이익이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AT1 채권에 투자한 기관/개인들은 이 위험을 알면서도 투자했다. 왜? 그만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우선순위의 채권보다) 이자를 더 많이 주니까. 예를 들어 크레딧스위스같은 경우 작년에 AT1 채권에 9.75%라는 높은 이자를 지급했다.
문제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기업이 파산했을때 채권은 주식보다 선순위이다. 전형적인 risk vs. reward 공식대로 투자자입장에서 주식은 채권보다 더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만큼 그 회사가 망했을때 주식투자자들이 채권투자자들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번 크레딧스위스 사태에서는 이 공식을 깨고 크레딧스위스 주식투자자들은 (CS 22.48주당 UBS 1주를 받으며) 보호받은 반면 AT1 채권투자자는 폭망했기에 AT1 채권투자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스위스정부에게 소송을 건다고 들고 있어난것이다.
AT1 채권이 2008년 금융위기때 개발되어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이와 비슷한 선례가 별로 없는데, 그나마 가장 비슷한 예는 2017년 스페인의 Banco Polular 파산이 있다. 이 경우에는 주식과 AT1가 다같이 가치가 제로로 처리됐다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이 1유로에 인수했음). 이때도 AT1투자자들이 본인들의 채권은 보호받아야한다고 스페인 금융규제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 뉴스기사를 접했을때 이미 AT1채권 투자 prospectus에 이러한 리스크가 다 공시되어있고 AT1채권이라는 것 자체가 은행이 디폴트가 일어났을때 상각되는 특징을 가지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이번에 투자자들이 소송하고 나서는게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기관투자자부터 패밀리오피스, 고액자산가들까지 아시아, 유럽, 미국 전역에서 크레딧스위스 AT1 채권자들이 들고 일어날 기세인데 글쎄...이들은 소위말하는 qualified investors인데 이런 리스크를 모르고 투자했을리는 없고.
모든 소송이 그렇듯 devil's in the detail..